소금장수의 백상루 구경

2009. 1. 13. 10:27사색의 향기


안주(安州) 백상루(百祥樓)는 빼어난 풍경을 지닌
관서 지방의 누각이다.

어떤 소금장수가 이 누각을 지나게 되었다.
때는 겨울철로 아침 해가 아직 떠오르기 전이었다.
소금장수는 누각 아래 말을 세워 놓고
백상루에 올라서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그저 보이는 것이라곤 긴 강에 깔린
얼음장과 넓은 들을 뒤덮은 눈뿐이었다.
구슬픈 바람은 휘휘 몰아치고,
찬 기운은 뼈를 에일 듯 오싹해서 잠시도 머물 수 없었다.
그러자 상인은 "도대체 누가 백상루가 아름답다 했는가?"라고
탄식하며 서둘러 짐을 꾸려서 자리를 떴다.

- 권득기(權得己 1570~1622)가 쓴 만회집(晩悔集)에 실린
《염상유백상루설(鹽商遊百祥樓說)》중에서 -



무엇이든 나와 때가 맞아야 하는 건 사실인 거 같다.

'사색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르막과 내리막  (0) 2009.01.20
기다리는 인생  (1) 2009.01.15
뜬 눈 도로 감기  (1) 2009.01.06
도망치거나...  (1) 2008.12.16
가슴으로 낳은 아이  (1) 2008.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