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아이

2008. 12. 12. 06:52사색의 향기


뻐꾸기가 제 알을 붉은 머리 오목눈이 둥지에 넣으면
오목눈이는 제 알인 줄 알고 품고,
알에서 깨어난 저보다 몸집이 큰 어린 뻐꾸기에게
정성껏 먹이를 물어다 주며 키워낸다.
자연의 섭리이긴 하지만
오목눈이에 대한 안쓰러움과
어미 뻐꾸기에 대한 얄미움을 동시에 느낀다.
그러나 남의 둥지에 자식을 맡긴
어미 뻐꾸기의 마음이 편할 리는 없을 터,
먼발치서 오목눈이의 둥지를 맴도는 것을 보면
모성의 본능은 어쩔 수 없는가보다.

눈이 파란 양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뻐꾸기가 제 자식을 남의 품에 맡기고 애달파하듯
우리도 그렇지는 않나 생각해본다.
그러나 우리의 고정된 생각도 점차 바뀌어 가는지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보듬어 안고
행복하게 웃음을 짓는 얼굴들을 보며
그들의 깨인 사고와 넓은 사랑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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