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향기(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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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십시오
우리 안의 벽 우리 밖의 벽 그 벽을 그토록 허물고 싶어 하던 당신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이 땅엔 아직도 싸움과 폭력, 미움이 가득 차 있건만 봄이 오는 이 대지에 속삭이는 당신의 귓속말 사랑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리고 용서하라 -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을 떠나보내며' 에서 -
2009.02.23 -
사인(sign)과 수결(手決)
인장의 활용은 감소하고 사인(sign)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서류, 문서, 계약에는 물론이고 신용카드를 사용한 후에도 사인(sign)을 해야 한다. 사인을 떠나서는 살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사인(sign)의 사전적인 뜻은 '자기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고, 자신의 손으로 쓴 문자나 표시'이다. 우리는 때로 'sign'의 용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서양에서 들어온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수결(사인) 자료가 많으며, 삼국시대부터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수결(手決)은 독특하게 고안한 글자나 문양을 서류나 작품 끝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표시하는 방법이며, 사인과 흡사하다. 단지 수결(手決)과 사인(sign)이 다른 것이 있다면 필기구다. 사인이 주로 펜을 사용하였다면, 수결은..
2009.02.06 -
오르막과 내리막
길은 세상과의 통로다 길을 걸을 때마다 자연의 길과 인생길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평탄하다가 굽어지기도 하며 오르막이 있는가 하면 내리막이 있듯 우리네 인생살이도 꼭 그렇지 아니한가. - 박도영 수필집 '비온뒤 햇살이 더 눈부시다' 중에서 -
2009.01.20 -
기다리는 인생
조급한 마음에 무릎 꿇었네. 다시 오실 님 기다리며 눈시울이 젖네. 세상사 어지러워 편지를 읽네. 님 오신다는 소식에 한 없이 즐겁네. 님 기다리는 인생살이 초승달이 밝히네. - 김법린 님, '기다리는 인생' -
2009.01.15 -
소금장수의 백상루 구경
안주(安州) 백상루(百祥樓)는 빼어난 풍경을 지닌 관서 지방의 누각이다. 어떤 소금장수가 이 누각을 지나게 되었다. 때는 겨울철로 아침 해가 아직 떠오르기 전이었다. 소금장수는 누각 아래 말을 세워 놓고 백상루에 올라서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그저 보이는 것이라곤 긴 강에 깔린 얼음장과 넓은 들을 뒤덮은 눈뿐이었다. 구슬픈 바람은 휘휘 몰아치고, 찬 기운은 뼈를 에일 듯 오싹해서 잠시도 머물 수 없었다. 그러자 상인은 "도대체 누가 백상루가 아름답다 했는가?"라고 탄식하며 서둘러 짐을 꾸려서 자리를 떴다. - 권득기(權得己 1570~1622)가 쓴 만회집(晩悔集)에 실린 《염상유백상루설(鹽商遊百祥樓說)》중에서 - 무엇이든 나와 때가 맞아야 하는 건 사실인 거 같다.
2009.01.13 -
뜬 눈 도로 감기
서 화담(徐花潭, 화담은 徐敬德의 호) 선생이 길가에서 우는 사람을 보고 이유를 물었다. "저는 다섯 살 때 눈이 멀어서 지금 20년이나 되었답니다. 오늘 아침나절에 밖으로 나왔다가 홀연 천지만물이 맑고 밝게 보이기에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려 하니 길은 여러 갈래요, 대문들이 서로 어슷비슷 같아 저희 집을 찾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 지금 울고 있습지요." 선생은, "네게 집에 돌아가는 방법을 깨우쳐주겠다. 도로 눈을 감아라. 그러면 곧 너의 집이 있을 것이다." 라고 일러주었다. 그래서 소경은 다시 눈을 감고 지팡이를 두드리며 익은 걸음걸이로 걸어서 곧장 집에 돌아갔다. - 연암 박지원의 산문 중 -
2009.01.06